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환경영향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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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풍
-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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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건축물이 많으면 도시에 부는 바람도 자연히 그 강도가 작아지지 않을까? 바람의 진로를 막는 건물이 많으면 응당 도시 내부의 바람도 줄어들 것 같다. 그런데 일정 지역의 국지적 바람에 한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람 역시 총량의 법칙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 150m 이상 초고층 빌딩이 지어지면 바람은 그 주변에 두 배 이상 속도의 엄청난 소용돌이를 만든다. 2015년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의 초고층 아파트의 외벽 창들이 순간적 강풍을 견디지 못해 인도 위로 떨어져 나갔다. 행인이 많지 않은 새벽이라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태풍 콩레이가 초강력 빌딩풍을 만들어 엘시티 외벽 유리창 파편이 주변 고층 오피스텔과 차량을 덮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풍하중(바람이 부딪히는 물체에 발생하는 하중) 설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강풍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건물이 늘어서 있는 도로변을 따라 부는 바람의 이치는, 넓은 지역에선 물살이 느리지만 좁은 지역에서는 빨라지는 강물의 그것과 같다. 물리학적으로는 ‘벤투리 효과’, 수학적으로 ‘베르누이 정리’다.
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급 바람인데, 빌딩 숲에 부는 초속 20~30m의 강한 바람은 사람도 날린다. 도로와 직각으로 부딪히는 종류의 바람도 있다. 도로변 건물들이 바람을 막자 건물 사이사이에 순간적 돌풍이 이는 것인데, 무풍과 돌풍이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건물 상공에서 부딪힌 바람이 아래쪽으로 강한 바람을 형성해 회오리를 일으키는 하강풍도 있다.
빌딩풍은 인류가 만들어낸 새로운 기상현상임에 틀림없다. 미국 독일 영국 등 선진국은 수십 년 전부터 환경영향 평가에서 빌딩풍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건물 높이 100m 이상이면 빌딩풍의 영향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빌딩풍에 대해 평가 의무를 지우는 나라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나 일본 NEC수퍼타워에서 보듯이, 빌딩풍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
최근 부산 해운대구가 빌딩풍을 '신종 재난'으로 규정하고 그 피해를 막기 위한 학술용역을 전국 처음으로 발주했다는 소식이다. 빌딩풍은 기본적으로 인재에 속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연은 자신을 거스르는 것에 재앙을 안긴다. 그러나 자연과 맞서지 않고 그 지혜를 배운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터이다. 해운대의 사례가 그 모범이 되길 기대한다.
출처 :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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