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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7월 뉴스레터> 수필_아들아 고맙다(환경영향평가사 3기 김남형 작가)
-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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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고맙다
김남형 작가 (환경영향평가사 3기)
“둘째야, 엄마 병원 가야 하는 날이야 9시까지 집으로 오렴” 아버님은 아침 일찍 전화를 주셨다. 오늘은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는 날이다. 거동을 하실 수 없는 어머님을 아흔 살이 가까워지신 아버님이 혼자 모시고 가는 것은 불가함을 알기에 부모님 집에서 10분거리에 사는 나는 얼른 집을 나선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아 고맙다. 오늘도 나 때문에 고생이 많다.”라며 웃음 짓는 어머님을 업고, 안고, 휠체어에 태워 병원을 다녀온다. 의사를 뵈어도, 간호사를 뵈어도 그저 “고맙습니다”라고 하시는 어머님. 의사도 간호사도 웃음으로 화답해 주신다. 오전 내내 병원과 약국을 다녀오면 피곤해진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은 더욱 그렇다. 차라리 추운 겨울이 수고로움이 덜 했던 것 같다.
3년전 편찮으신 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낙향(?)하였다. 아버님의 부탁도 있으셨다. 어머님과 병원을 가기 위해 매주 한 두번씩 원주에서 강릉으로 오가는 일도 여간 수고스럽지 않았기에 타지 생활을 접고 부모님 곁으로 왔다. 부모님 곁에서의 지난 3년, 그간 내가 부모님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들로 때론 울고, 웃고 한다.
어머님 서랍장에 잘 정리해 둔 학창시절 나의 기록들... 사진, 상장, 성적표 공직에 있을 때의 봉급명세서, 표창장, 정성 들여 작성한 기고문, 내 근무처 전화번화까지... 아마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비용이 많이 나올까봐 이따금씩 사무실로 전화하신 기억이 난다. 그리고, 표창장에는 “내 아들 자랑스럽구나”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어머님은 내가 보고 싶을 때 그 기록들을 꺼내 보시곤 한 것 같다. 어머님께서 가지런히 정성들여 정돈하신 나의 추억은 어머님의 기록이고 나의 기록이 되었다.
내가 첫 번째 책을 써 내려갈 때 어머님의 그 기록들이 많은 보탬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쓴 책도 어머님의 서랍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어머님은 저 서랍장을 열고, 닫으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아마 “내 아들로 태어나주어서 고맙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셨을까...
부모님과의 지난 3년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나는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50대 중반이 되어 부모님 곁으로 돌아와 희망이 무엇인지 희망이 왜 중요한지 느끼고 깨닫곤 한다.
부모님 곁으로 돌아온 내가 부모님께는 ‘희망’이었을 것이다. 아들과 병원을 다녀오시면서, 아들과 같이 식사를 하시면서, 부모님께서 좋아 하시는 것을 사가지고 오는 아들을 보면서 나의 부모님은 ‘희망’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마, “내가 아들 잘 키웠네” 라는 마음으로...
나에게도 지난 3년은 희망이었다. 못 돌아올 것 같았던 고향에서 초동 친구들과 어울리고, 어릴 적 부모님과 살았던 집도 가보고, 한 달에 한 번씩 부모님을 찾아오는 누이, 형, 동생과 지난날 우리 가족들이 오순도순 살았던 추억도 끄집어내고 그리고, 그간 내가 부모님 마음 아프게 했던 일들을 치유하며 희망을 떠올렸다. 어쩌면 부모님이 나로 인해 생긴 희망보다, 내가 부모님과 함께하며 생긴 희망이 훨씬 클 것이다.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다녀오다 45년 전에 살았던 집을 가보았다. 리모델링을 했지만 45년 전 그 모양은 남아 있었다. 어머님은 “아들아 너가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때 이 집에서 다리에 화상을 입었지” 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아마, 어머님은 45년 전 일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을 것이다.
추억을 소환해 지금이 행복해지고, 그 추억으로 미래로 갈 수 있다면 분명 행복한 삶이다. 나의 행복한 추억 속에 많은 부분이 부모님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내 나도 행복해졌다.
한평생 5남매 키우며 단 하루라도 고단하지 않은 날들이 있었을까? 그 거친 논,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우리 아들이 잘 되기를 얼마나 기도하셨을까? 그 고단한 몸으로 코를 고시며 주무셨던 어머님의 그 힘든 시간들을 이제야 느끼고 떠올려 본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내 삶의 모토이다. 부모님과 함께 한 지난 3년 부모님과 일상을 같이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부모님의 사랑을 배운다. 그것은 희망이었다.
오늘도 어머님과 병원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며 학창시절 박완서 작가의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 소설을 떠올려 본다. 그래 나는 아직도 꿈꾸고 있다. 아니, 새로운 꿈을 꾼다. 부모님과 나의 남은 생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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