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환경영향평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환경 최고 전문가 “환경영향평가사”


<25년 1월 뉴스레터> 기획연재-겨울나무, 어떻게 분류할까? (식물학자 이용순기술사)

겨울나무, 어떻게 분류할까?



이용순 자연환경관리기술사


 ‘환경영향평가서등의 작성 등에 관한 안내서’를 보면 식물상 조사는 춘계 4월부터 추계 10월까지 시간적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식물이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겨울에 조사를 나가야 할 때가 있다. 겨울 조사에서 식물 조사는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상록성 나무들은 잎을 달고 있어서 조사가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목본의 2/3는 낙엽성이고, 초본은 시들어 말라 있어 조사가 어렵다. 보고서에는 겨울의 조사와 문헌조사를 합쳐 작성하지만 아무래도 타 계절의 조사보다는 종 수도 적고 내용도 부실해지는 게 현실이다. 협의 의견에 “식물의 생육이 왕성한 계절에 조사하여~”라고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면 겨울에는 아예 조사를 하지 말아야 할까? 초본은 몰라도 목본은 그렇지 않다. 겨울이라도 나무의 특징을 알면 95% 이상 동정이 가능하다. 상록성 나무들은 잎을 달고 있어서 어렵지 않다. 다만 낙엽성 목본은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잎이나 꽃이 없는 겨울나무를 동정하려면 많은 식별 포인트가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겨울에 낙엽성 목본을 동정하려면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수형(樹形)

수형은 나무의 모양이다. 크기에 따라 교목(喬木), 관목(灌木), 덩굴식물[蔓莖木]로 나누는데 자료마다 기준은 약간씩 다르다. 8m 이상으로 자라는 나무를 교목, 4m 이하로 자라는 나무를 관목, 덩굴식물은 덩굴성으로 자라는 나무를 의미한다. 교목과 관목의 중간 정도 나무를 아교목(亞喬木)이라고 한다.

수형을 보고 바로 동정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과(科) 어느 속(屬)인지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정상적으로 자란 나무의 수형을 보고 교목, 관목, 덩굴식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며, 수형을 통해 잎의 크기를 추측할 수 있으므로 특히 중요하다. 내가 보고 있는 나무의 잎 크기가 어떤지, 모양이 어떤지를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수형과 잔가지의 굵기, 밀도 등이 중요하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443_5666.jpg

 비술나무, 시무나무, 느티나무의 경우 교목이면서 1년생 가지가 매우 가늘다. 그것은 이 종들의 잎이 작다는 의미이다. 큰 잎은 더 굵은 가지에 달린다. 신갈나무, 양버즘나무, 오동나무처럼 큰 잎을 만드는 나무들은 잔가지가 굵은 편이다. 복엽도 마찬가지다. 복엽을 지탱하려면 가지가 굵어야 한다. 소엽의 수가 많아 복엽이 크게 발달하는 다릅나무, 참죽나무 등은 가지라고 할 거 없이 큰 줄기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475_1816.jpg

 굵은 가지에는 큰 잎이 달린다. 굵은 가지에 작은 잎을 가진다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간은 낭비된다. 잔가지에는 작은 잎, 굵은 가지에는 큰 잎 또는 복엽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수형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 수피(樹皮)

 일부 종은 수피만 보고 동정이 가능한데, 이런 종들은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작나무처럼 하얗고 얇게 벗겨지거나 벽오동처럼 녹색을 가진 수피라면 동정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무는 수피로만 동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수피의 모습이 변하는 점도 동정을 어렵게 한다. 어렸을 때는 매끈했던 수피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갈라지고 터지는 등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작나무를 보면 종잇장처럼 벗겨지다가 노목이 되면서 점점 거무튀튀해지며 거의 벗겨지지도 않는다. 이 경우 오래된 거제수나무나 사스래나무의 수피와 혼동이 될 수 있다. 벽오동도 마찬가지다. 녹색은 덜해지고 회색빛이 도는 수피가 된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513_7481.jpg

 수피는 갈라지는지 갈라지지 않는지, 갈라진다면 어느 방향으로 갈라지는지, 갈라지는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조각조각 벗겨져 떨어지는지, 피목의 유무와 방향 등을 살핀다. 어린나무일 때는 수피가 매끈하다가 노목이 되면서 갈라지는 경우도 흔하다. 쪽동백나무나 서어나무는 거의 갈라지지 않는다. 갈라지더라도 세로로 얕게 갈라지기 때문에 멀리서는 갈라짐이 보이지 않는다. 벚나무 종류처럼 거칠게 갈라지는 종류도 있다. 가로로 거칠게 벗겨지는데, 눈에 익으면 수피만으로 벚나무속(Prunus)까지 접근할 수 있다. 다릅나무는 세로로 벗겨져 한쪽으로 말린다. 세로로 말리는 독특한 특징으로 다릅나무는 수피로도 동정이 가능하다. 박달나무는 오래되면 커다란 조각으로 떨어진다. 코르크가 발달하는 나무도 있다. 이런 경우도 눈에 띄기 마련인데, 굴참나무, 황벽나무, 말오줌나무, 개살구나무 등이 코르크가 발달한다. 노린재나무는 회백색의 수피인데 세로로 갈라지고 오래되면 조각으로 떨어진다.


 서술한 대로 수피에 독특한 특징이 있으면 동정이 쉽다. 그러나 수피는 비슷한 경우가 많고 노목이 될수록 비슷비슷해진다. 수피 외의 다른 형질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일부 종들을 제외하고는 수피는 보조 수단이다.


3. 겨울눈[冬牙]

 겨울눈은 겨울에 나무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키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정아건, 측아건, 맹아지에 난 겨울눈이건 모두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불변하는 형질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수형, 수피를 비롯해 다른 형질로도 동정하지 못하면 겨울눈을 보게 되고, 겨울눈을 통해 대부분은 동정이 가능하다. 만약 겨울눈과 다른 모든 동정 포인트로도 동정이 안된다면 잎이 나거나 꽃이 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겨울눈을 구분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기능, 배열, 위치, 형태에 따라서 구분한다. 이 분류법을 하나씩 알아보도록 하자.


가. 기능에 따른 분류. 꽃눈, 잎눈, 혼합눈

 꽃눈은 꽃이 피는 눈이고, 잎눈은 잎이 들어 있는 눈이다. 더 정확하게 꽃눈은 생식눈, 잎눈은 영양눈이라고 해야 옳지만 편의상 꽃눈, 잎눈으로 표기하겠다. 꽃눈과 잎눈이 같이 들어 있는 눈은 혼합눈이라고 한다.

 꽃눈과 잎눈의 모양이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비술나무는 가지 끝부분의 작은 겨울눈이 잎눈이고, 아래쪽의 크고 동그란 겨울눈이 꽃눈이다. 비술나무의 꽃눈이 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가지 끝부분에 동그란 구슬이 달린 느낌이 든다. 꽃눈과 잎눈이 형태가 다른 경우는 생강나무와 비목나무에서도 볼 수 있다. 가지 끝의 길고 뾰족하게 생긴 것이 잎눈이고, 둥글게 생긴 것이 꽃눈이다. 생강나무의 꽃눈은 자루가 짧은 데 반해 비목나무의 눈자루가 길게 뻗은 게 특이하다. 흔히 잎눈보다 꽃눈이 큰 편이고 같은 꽃눈에서도 수꽃눈이 암꽃눈보다 조금 더 크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546_0758.jpg

 까치박달은 인아이면서 겨울눈의 형태가 비슷하다. 꽃눈인지 잎눈인지 혼합눈인지 알려면 단면을 잘라보면 된다. 가지 끝의 눈은 잎눈이고(까치박달은 가지 끝에 암꽃이 달리기 때문에 혼합눈일 가능성이 크다), 아래 두 개의 눈은 수꽃눈으로 확인된다(아래 왼쪽 사진). 까치박달 눈의 전체 모습을 보면 수꽃눈이 더 통통한 것을 알 수 있지만 경향성일 뿐 단면을 보지 않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외부 형태가 비슷할 경우 꽃눈인지 잎눈인지 혼합눈인지는 잎이 나고 꽃이 피어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566_0707.jpg

나. 형태에 따른 분류. 인아, 나아, 은아, 엽병내아

 인아(鱗芽; 비늘눈)는 아린(비늘조각)이 있는 눈, 나아(裸芽; 벗은눈)는 인아와 반대로 아린이 없는 눈이다. 은아(隱芽; 숨은눈)는 줄기 등의 안쪽에 숨어 있는 눈, 엽병내아(葉柄內芽; 잎자루눈)는 겨울눈이 엽병 속에 들어 있는 눈이다. 엽병내아는 보통 겨울이 되기 전에 낙엽이 떨어지면서 보이게 된다. 기능에 따른 분류에서 예로 든 비술나무, 비목나무, 생강나무, 까치박달은 모두 아린이 있는 인아다. 아린이 없는 나아의 종류도 많은데 합다리나무, 가래나무, 중국굴피나무, 나도밤나무, 쪽동백나무 등이 있다. 나아도 모양이 제각각 다르고 크기도 다양한데 흔히 털이 많다. 털의 종류, 길이, 색상도 구분에 도움이 된다.

 다래 종류는 은아로 잎자루가 붙어 있는 부분의 부푼 곳에 겨울눈이 숨어 있다. 때에 따라서 약간씩 노출되기도 한다. 아래 오른쪽 사진에서 붉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겨울눈이 숨어 있다. 아까시나무도 은아인데, 아까시나무는 엽흔 속에 숨어 있다가 봄이 되면 싹이 터서 나온다. 엽병내아는 잎자루 안쪽에 들어 있는 눈이며, 쪽동백나무와 양버즘나무가 대표적이다. 쪽동백나무는 엽병내아면서 나아고, 양버즘나무는 엽병내아면서 인아이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588_7506.jpg

 이렇게 아린의 유무는 종을 동정하는 중요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아린이 있는지 없는지 관찰하고, 있다면 색은 어떤지, 털은 있는지 없는지, 털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 있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겨울나무를 판단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볼 수 있다.


다. 배열에 따른 분류. 마주나기, 어긋나기, 돌려나기

 배열에 따라서 구분하는 방법으로 겨울눈이 마주나거나[대생] 어긋나는지[호생] 또는 돌려나는지[윤생]를 보는 방법이다. 돌려나기는 3개 이상의 눈이 줄기의 한 지점에서 돌려 붙는 모양인데 거의 없다. 키버들의 경우 기본은 마주나기지만 간혹 어긋나거나 3개가 돌려나기도 한다.

 마주나기, 어긋나기를 통해 동정하려면 잎과 꽃이 달려있을 때의 모습을 알고 있으면 좋다. 겨울눈이 마주난다는 것은 잎과 꽃이 마주나거나 가지가 마주난다는 의미이다. 간혹 잎과 꽃이 마주나기도 한다. 어긋나기도 마찬가지다. 잎, 꽃, 가지가 모두 어긋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잎과 꽃이 어떻게 달리는지를 알고 있다면 겨울에도 유추를 하기 쉽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610_6548.jpg

라. 위치에 따른 분류. 정아, 측아, 부아, 가정아

 위치에 따른 분류로는 가지 끝에 나는 정아인지, 가지의 옆에 나는 측아인지, 정아처럼 보이지만 말라버린 잔가지가 끝에 남아 있는 가정아(위정아, 준정아)인지, 몇 개의 겨울눈이 가로나 세로로 포개져 있는지에 따라 구분한다.


​1. 정아(끝눈) : 줄기 끝에 붙는 눈

2. 측아(곁눈) : 줄기 옆에 붙는 눈

3. 가정아(가짜끝눈) : 기능상 정아의 역할을 하는 측아

4. 측생부아(병생부아, 가로덧눈) : 곁눈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붙는 눈

5. 중생부아(세로덧눈) : 곁눈의 아래나 위에 붙는 눈


​ 덩굴나무나 가정아를 만드는 종들을 제외하고 많은 종들이 정아를 만든다. 정아는 보통 측아보다는 크고 혼합아인 경우가 많다. 정아가 없는 종이라도 측아는 거의 대부분 존재한다. 마주나건 어긋나건 측아를 가지고 있다. 고욤나무는 가정아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가정아는 다른 말로 준정아, 위정아, 가짜끝눈이라고도 한다. 정확하게는 측아지만 가지의 끝에 남아서 마치 정아처럼 보인다.

 겨울눈의 좌우 옆이나 위, 아래에 붙어 있는 눈을 부아(덧눈)라고 하는데 옆에 붙는 경우 측생부아(병생부아, 가로덧눈)라 하고, 위나 아래에 붙을 경우 중생부아(세로덧눈)라고 한다. 부아의 중앙에 있는 겨울눈은 잎눈, 양 옆에 있는 부아는 꽃눈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지만 하나의 겨울눈이 제 기능을 못 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용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632_9381.jpg

 이렇게 겨울눈의 기능, 형태, 배열, 위치에 따른 분류 방법을 알아봤다. 겨울눈은 그 자체로 중요한 동정 포인트가 되지만 봄, 여름의 꽃과 잎이 어떤 형태를 띠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또 제공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봄~가을에 겨울의 모습을 유추해 본다면 재밌는 공부가 되리라 본다. 반대로 겨울에 봄, 여름의 모습을 유추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어려울수록 만족감은 높아질 테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겨울나무를 대하면 되겠다.


4. 열매

 아래 왼쪽 사진을 보고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감에 대한 정보도 많고 경험도 많기 때문이다. 식물에서 꽃, 열매, 종자는 종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다. 이들은 생식기관으로 영양기관인 뿌리, 줄기, 잎보다 종의 동정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표본을 만들 때도 가능한 한 생식기관이 들어 있도록 만든다. 겨울나무 공부에서도 열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열매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겨우 내 열매를 달고 있어서 동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657_6205.jpg

 위 오른쪽 사진의 경우 정확히 어떤 종인지 알아보기는 어렵다고 해도 목련속(Magnolia) 열매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나중에 경험이 쌓이면 어떤 종인지까지 맞출 수 있게 된다. 비슷한 형태의 열매라고 해도 크기와 들어 있는 종자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풀, 나무를 비롯해 모든 식물 공부는 다다익선이다. 동정 포인트는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 겨울나무 동정에서 종자의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해도 알아둬서 나쁠 것이 없다.


5. 가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낙엽수 중에 가시가 있는 나무는 대략 10% 정도이다. 적은 숫자지만 가시의 특성 때문인지 겨울에는 비교적 뚜렷한 동정 포인트가 된다. 가시의 중요성은 겨울나무 쉽게 찾기(윤주복, 2021)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우선 갈잎나무와 늘푸른나무로 나누고, 갈잎나무는 다시 덩굴나무, 떨기나무(관목), 키나무(교목)으로 분류했다. 각 항목을 '가시가 있는 나무' '겨울눈이 마주나는 나무' '겨울눈이 어긋나는 나무'의 세 부분으로 구분했다. 그만큼 가시가 중요한 동정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가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눈다.


1. 경침(莖針; thorn) : 날카롭고 뾰족하게 변형된 줄기

2. 엽침(葉針; spine) : 날카롭고 뾰족하며, 잎, 소엽, 포, 꽃받침 또는 턱잎이 변한 가시

3. 피침(皮針; prickles) : 줄기의 표피와 피층의 일부가 돌출하여 생성된 가시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675_3732.jpg

가. 경침(莖針; thorn)

 줄기의 끝이나 가지가 변해서 가시가 된 경우로 가지의 변형이기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가시를 떼려면 강한 힘을 주어야 할 정도로 단단하다. 탱자나무처럼 짧은 가지가 변해 가시가 된 나무가 있는가 하면, 참갈매나무, 짝자래나무처럼 긴 가지의 끝이 가시로 변한 경우도 있다.

나. 엽침(葉針; spine)

 엽침은 날카롭고 뾰족하며, 잎, 소엽, 포, 꽃받침 또는 턱잎이 변한 가시다. 보통은 잎이나 턱잎이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관들이 가시로 되기 때문에 경침에 비해 쉽게 떨어진다. 또 잎이나 턱잎이 변하기 때문에 마디에서 한 개 또는 두 개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턱잎이 변한 경우로는 초피나무, 개산초, 아까시나무 등을 들 수 있고, 잎이 변한 경우는 선인장이나 매자나무의 예를 들 수 있다.

다. 피침(皮針; prickles)

 피침은 줄기의 표피와 피층의 일부가 돌출하여 생성된 가시다. 경침이나 엽침에 비해 불규칙하게 나는 특징이 있고 떨어지는 정도는 엽침과 경침의 중간 정도이다. 피침은 장미과의 딸기류에 많이 나타나고, 음나무나 두릅나무, 가시오갈피 등에서도 보인다. 교목이나 소교목으로 자라는 음나무나 두릅나무는 성장할수록 가시가 없어진다. 유목일 때는 주변 환경의 영향에 취약하다. 그래서 보호할 목적으로 가시를 만들고, 키가 크고 줄기가 굵어지면서 점점 사라진다. 하지만 관목 이하의 작은 나무나 덩굴성 나무들은 여전히 가시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얘기한 수형, 수피, 겨울눈, 열매, 가시 외에도 여러 가지 포인트가 식물을 동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첫째, 골속(수, pith)이 비어 있느냐, 계단상이냐, 유조직으로 차 있느냐에 따라서 종을 구분할 수 있다. 둘째, 엽흔(잎자국)과 관속흔(관다발자국), 탁엽흔(턱잎자국)이다. 셋째, 잎이다. 낙엽수라고 해서 모두 잎을 떨어트리는 것은 아니다. 마른 잎이 겨우 내 붙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지막으로, 털, 피목, 부착근, 유엽테 등으로 동정할 수 있다. 털은 어린 가지나 가시, 겨울눈, 잎, 잎자루 등 어느 부분이나 날 수 있다. 털의 형태와 길이, 있고 없고의 차이, 일찍 떨어지느냐(조락성) 오랫동안 남아 있느냐(숙존성)도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겨울나무를 동정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겨울나무는 어렵고 생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생식형질(꽃, 열매 등)과 잎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나무, 여름나무, 가을나무라는 단어는 없어도 겨울나무라는 단어는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겨울나무도 결국 나무 공부다. 나무에 대해서, 식물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겨울나무도 쉽게 배운다. 그러면 겨울에 볼 수 있는 나무의 95% 이상은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초본을 제외한다면 겨울에 실시하는 식물 조사도 부실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나무를 포함한 식물 공부는 현장 공부다. 하나라도 더 익히려면 야외로 나가서 직접 보고, 만지고,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 돌아와서 다시 찾아보고 해야 한다. 실내에서 도감만 붙잡고 공부해 봐야 모두 공염불이다. 공부는 엉덩이 힘으로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식물 공부는 다리 힘으로 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오감을 모두 활용하면 금상첨화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져보길 권한다.


(이용순) 작가소개

건축공학을 전공하여 건축설계 업무로 사회생활 시작하였다. 이후 조경시설물 설계·시공, 생태복원 설계·시공 업무를 수행하였고 2010년 전국자연환경조사 전문인력 양성과정 교육(2년, 식물상분야)을 이수하면서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부터 환경영향평가 관련 식물상 조사, 전국자연환경조사 식물상 조사, 국립공원공단의 자연자원조사(식물상) 조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북한산국립공원의 관속식물상 조사연구’로 석사학위(공주대학교)를 취득하였고, 동대학교 생물교육학과에서 식물분류학 박사과정에 있다. 자연환경관리기술사, 조경산업기사, 건축기사, 저서로는 생물분류기사(식물) 실기(2021, 이비락), 겨울에 만난 나무(2020, 풀빛누리), 번역서로는 식물학자의 사전(2022, 이비락)이 있다.

식물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이용순 기술사님이 운영 중인 ‘그루터기의 작업실’이라는 블로그와 채널에 꼭 방문하기를 추천합니다.

5f662a7449c2007d35a651584a436442_1737280710_247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