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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1월 뉴스레터> 국제 기후 체제의 전환기와 환경영향평가사의 역할: 완화와 적응의 전략적 조화를 중심으로 -…

국제 기후 체제의 전환기와 환경영향평가사의 역할

: 완화와 적응의 전략적 조화를 중심으로


고은샘 

(환경영향평가사 22기)


Ⅰ. 서언: 기후 위기, 환경영향평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다

기후변화는 이제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복합적 안보 위협으로 부상했습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 이후, 국제사회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 제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3년 제1차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 현재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면서, 국제 기후 체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범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장 더운 여름을 지나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기후변화 대응이 더 이상 '부수적인 항목'이 아니라는 점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과 ‘2030 NDC(2018년 대비 40% 감축)’라는 도전적인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 구조에 거대한 전환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 환경영향평가사는 단순한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넘어, 국가 기후 전략의 효율성을 실무적으로 담보하는 조정자가 되어야 합니다.


Ⅱ. 국제 기후 체제의 미래 전망과 '기후 통상'의 현실화

1. 탄소 가격의 글로벌 동조화와 무역 장벽의 고착화

미래 국제 기후 체제의 핵심 키워드는 '탄소 가격의 글로벌 동조화'입니다. 유럽연합(EU)의 국경 탄소 조정 메커니즘(CBAM)은 기후 정책이 통상 규범으로 전이된 결정적 사례입니다. 이는 탄소 배출 노력이 부족한 국가의 수입품에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막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국제 무역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 탄소 집약적 제조업 비중이 높습니다. CBAM이 미국 등으로 확산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단순한 인증 비용 부담을 넘어 전 공급망에서의 탄소 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의무라는 거대한 행정적·경제적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탄소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2. 기후 금융의 규범화와 '손실과 피해' 논의의 심화

국제적으로 기후 금융은 저탄소 프로젝트로 자본을 유인하는 강력한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EU의 녹색 분류 체계(Taxonomy)와 지속가능금융 공시 의무(CSRD)는 투자의 투명성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논의는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적응 금융 ODA를 확대하고, 국제적 환경 규범을 국내 제도와 동조화하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Ⅲ. 정책적 효율성 기준: 완화와 적응의 전략적 우선순위

기후 위기 대응의 두 축인 '완화'와 '적응' 중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는 정책 결정의 핵심입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두 개념을 정리하자면, ‘완화(Mitigation)’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흡수원을 확대하여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직접적인 노력을 의미합니다. 반면, ‘적응(Adaptation)’은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예상되는 기후 변화의 영향에 맞춰 사회 인프라와 시스템을 조정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원력을 높이는 대응 방식입니다. 즉, 완화가 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라면, 적응은 증상을 완화하고 견디는 ‘처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완화 정책의 우선순위: MAC vs MDC 원칙

경제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은 사회적 순편익을 극대화하는 지점, 즉 한계감축비용(MAC)과 한계피해비용(MDC)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설정됩니다. 현재 전 지구적 상황은 MAC이 MDC보다 낮은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즉,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드는 비용보다 감축을 통해 얻는 피해 회피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에 완화 정책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입니다. 또한, UNFCCC(2022)가 지적했듯 해수면 상승이나 극한 고온처럼 '적응 불가능한 영역(Limits of Adaptation)'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근본적 해결책인 완화의 중요성을 뒷받침합니다.

2.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경제적 효율성 극대화

우리는 배출권거래제(ETS)의 효율성을 고도화해야 합니다. 특히 과거 실적 기반의 Grandfathering(기득권 인정 방식)에서 기술 효율성 기준인 Benchmarking(배출 효율 기준 방식)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입니다. Grandfathering 방식은 과거 배출 실적을 기준으로 하기에 초기 수용성은 높으나 고배출 기업에 유리한 불공정성이 존재합니다. 반면, Benchmarking 방식은 업종 내 최적 시설(Best-in-Class)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여 기업들이 최신 저탄소 기술(BAT)을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됩니다.


Ⅳ. 부문별 대응 전략과 환경영향평가의 실무적 과제

1. 에너지 전환의 질적 개선과 산지 태양광의 교훈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이지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환경 파괴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김영환 외(2019)의 연구에 따르면, 산림 유지의 공익적 가치가 태양광 발전의 온실가스 감축 편익보다 약 3배가량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시 '탄소 흡수원 보전'과 '재생에너지 확보' 사이의 정밀한 가치 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에너지 대전환 추진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명분에 가려진 환경적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2. 인프라 복원력 강화와 사회적 형평성 고려

기후 완화가 우선일지라도 이미 현실화된 위험에 대한 적응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에 따라 인프라의 기후 복원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극한 기상에 취약한 고령층이나 야외 근로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형평성을 평가하는 등 기후 재난이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업 시행 전 취약성 분석과 검토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Ⅴ. 결언: 환경영향평가사의 전문성이 탄소중립의 성패를 가른다

국제 기후 체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파도와 같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단순한 실무자를 넘어 '기후 전략가'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시행 중인 ‘기후변화 영향평가’는 이러한 국제 체제의 요구를 국내 사업 현장에서 구현하는 가장 구체적인 법적 장치입니다. 환경영향평가사는 이제 평가서 작성과 협의 중심의 업무를 넘어, 실무적 방향성을 통해 탄소중립의 실질적인 집행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첫째, ‘탄소 흡수원’ 가치 평가의 정밀화 및 대안 제시입니다. 사업 시행으로 인한 흡수원 손실이 감축 편익보다 크다면, ‘대체 흡수원 조성’이나 ‘유휴 부지 활용형 재생에너지 전환’과 같은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둘째, 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한 감축량 산정의 신뢰도 제고입니다. 벤치마킹(BM) 계수를 적용하여 해당 사업이 국내외 표준 대비 얼마나 효율적인지 확인하고, 사업자가 최적가용기구(BAT)를 도입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셋째, ‘기후 적응’ 관점에서의 사회적 복원력 평가입니다. 하천 정비나 도시 개발 사업 등에서 극한 기상 시나리오에 따른 ‘사회적 형평성 영향평가’의 관점을 도입하여 취약 계층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환경영향평가사는 국제 기후 규범이라는 거시적 흐름을 사업 단위의 미시적 계획으로 치환하는 ‘기후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탄소중립 사회의 가장 강력한 실천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헌신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므로, 환경영향평가사의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우리 환경영향평가사들은 대한민국이 경제적 효율성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거머쥐는 탄소중립 강국으로 나아가는 데 진정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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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김영환, 유동훈, 한희, & 이재영. (2019). 산지 태양광 발전 사업의 환경적 편익 및 손실에 대한 연구. 한국기후변화학회지.

환경부. (2021).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 (2021-2025).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 (2022). At COP27 Scientists Warn against Limits of Adaptation.

Böhringer, C., Balistreri, E. J., & Rutherford, T. F. (2012). The role of border carbon adjustments in protecting the competitiveness of energy-intensive industries. J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