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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1월 뉴스레터> 기획연재 - 식물을 가볍게 보는 시선에 관하여 - 지용주박사

식물을 가볍게 보는 시선에 관하여


지용주박사


 1995년에 국내 개봉된 영화 레옹(LEON)은 고독한 킬러 레옹과 어린 소녀 마틸다의 짧은 동행을 그린 영화다. 이 작품에서 필자에게 유독 오래 기억되는 장면은 총격이나 액션보다 주인공 레옹이 늘 품에 안고 다니는 작은 화분이다. 그는 숙소를 옮길 때마다 화분 챙기는 걸 잊지 않았고 정착할 때면 물을 주고 잎을 닦아 준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삶 속에서도, 식물만큼은 책임지고 돌본다. 감독 뤽 베송(Luc Besson)은 이 화분을 통해 레옹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뿌리내리지 못한 채 떠돌지만, 식물을 돌보는 태도만큼은 안정적으로 살아있는 인물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레옹이 죽고, 마틸다는 그 화분을 자신이 입학하게 된 뉴욕 주 기숙학교의 교내 정원에 심는다. 이는 레옹이 끝내 얻지 못한 ‘정착’을 상징적으로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떠돌던 삶은 멈추고, 기억은 일상의 공간 속에 정착하는 것이다. 이 결말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조용한 위안의 감정을 건네려 했던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태의 관점에서 보면, 이 장면은 다른 질문을 던진다. 레옹이 키우던 아글라오네마(Aglaonema속)는 열대·아열대성 식물로, 생육적온 21~25℃, 겨울최저온도 13℃ 이상을 필요로 하며 영하의 기온을 견디지 못한다. 뉴욕(북위 40° 39′ 51″)의 겨울은 서울(북위 37° 33′ 51″) 보다 춥다. 레옹의 정착을 기원하며 심어진 식물은, 정작 스스로는 정착할 수 없는 장소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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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점에서 영화는 의도치 않게 ‘식물을 가볍게 보는 시선’을 드러낸다. 식물은 인간의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상징으로는 충분히 기능하지만, 그 생육 조건은 쉽게 생략된다. 애도와 희망이라는 인간 중심의 의미가 완결되는 순간, 식물은 감당하기 힘든 계절과 온도를 홀로 맞이하게 된것이다.

 레옹은 살아 있을 때 식물을 ‘함께 살아야 할 존재’로 대했다. 반면 그를 기린다는 마지막 행위는 제도적 안정이라는 상징 아래에서 식물의 생태를 외면한다. 이 장면을 단순한 오류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상징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생태적 현실이 자연스럽게 지워지는 방식은, 우리가 오래도록 익숙해져 온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식물을 포함한 자연환경을 의미를 담는 대상으로는 쉽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존재가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는 점점 무심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농사로: 농업진흥청 농업기술포털

위키백과(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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