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환경영향평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환경 최고 전문가 “환경영향평가사”


[기고] 상생을 위한 환경영향평가 / 이상돈

시간이 갈수록 ‘개발과 보전’의 조화는 우리 사회에 필수적인 가치가 돼가고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가 환경영향평가제도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업의 시행 이전에 환경적인 악영향을 검토하고 저감 방안을 수립하는 절차다. 환경에 악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면 협의권자인 환경부는 사업의 시행을 유보할 수 있는 부동의를 할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의 시행 전에 환경적인 영향을 판단하는 사전예방제도다. 그러므로 평가 결과 악영향이 예측되고, 악영향에 대한 저감 방안의 수단이 미흡하거나 피할 수 없는 악영향이 도출되면 사업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동강댐 건설, 천성산 터널 공사, 서천 장항갯벌 매립 뒤 산업단지 조성 공사 등을 둘러싸고 발생한 ‘개발과 보전’ 논쟁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환경영향평가가 부동의 된 동강댐 백지화는 그 한 예이며, 1997년 동강댐 건설 계획으로 수몰 위기에 처했던 이곳은 국민의 반대운동이 확산되면서 2000년 6월5일 결국 댐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백지화 이후 동강댐 지역은 한반도 습지 보전 지역으로 지정됐다. 그 뒤 2011년에 명승으로, 2015년 5월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지금은 지역의 대표적인 생태관광상품이 됐으며,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천갯벌은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모색한 또 다른 사례다.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과 다수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매립이 유보됐다. 이후 서천갯벌은 2009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으며, 2019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해 2020년 7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어떤가? 이 사업은 남설악 오색지구인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산 위 끝청(해발 1480m)을 이어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1965년 산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197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다섯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1982년부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 5겹의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다. 그만큼 국내외적으로 설악산은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자연생태계라는 의미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보전 가치가 높은 식생의 훼손,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과도한 지형 변화는 물론이고 천연기념물인 산양과 멸종위기종인 삵, 담비, 하늘다람쥐, 수달 등의 주요 서식지 훼손으로 자연생태계의 보전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다. 멸종위기종인 산양만 보더라도 사업 지역 10.9㎢에 최소 38개체수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설악산 전역의 최대 수용 능력이 338마리로 추정되기도 한다.

미국은 환경영향평가제도가 1969년 시행됐으며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도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도입·시행한 지 40년이 흘렀다. 과학적 예측과 합리적 논의 과정은 강화됐으며, 인류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제도로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의 악영향을 저감하고 생태, 보전적 가치를 지키는 데 기여하는 제도로 정착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나타난 영월 동강댐이나 서천 장항갯벌의 산업단지 조성 사례를 살펴보고, 갈등이 있는 지역의 주체들이 지역발전을 위한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