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환경영향평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환경 최고 전문가 “환경영향평가사”
[뉴스] 오염의 법칙, 약자.저소득층 많은 '만만한 곳'노린다
-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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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 쓰레기 산이 있다면.’
이런 가정은 성립되기 어렵다. ‘상위 1%의 땅’인 이곳은 감시하는 눈도 많고, 쓰레기에 내줄 만큼 한가한 부지도 없기 때문이다.
폐기물처리시설, 공장, 소각장, 발전소 같은 배출시설은 만만한 곳으로 모인다. 땅값은 싸고, 주민민원도 그럭저럭 버텨낼 만한 곳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환경피해와 환경혜택은 불평등하게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오염시설 부지를 선택할 때 농촌 대 도시의 오염시설 입주율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취약계층과 관련한 오염시설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취약계층을 보다 잘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기도 했다.
◆15세 미만 많은 곳에 모여 있는 대기배출 시설
20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환경오염과 환경약자, 환경피해와의 관계 분석’ 논문은 우리나라의 환경불평등 현황을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환경약자와 환경오염, 환경피해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2014∼2015년 전국 229개 시군구의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노인 비율, 주요 수질·대기 배출량, 환경 관련 질병 사망자 수 등 26개 지표를 선정했다.
분석 결과 대기 배출량이 많은 곳은 충남 당진(17만7757t), 전남 광양(16만8239t), 경북 포항(14만9618t) 등으로 조사됐다. 하루 폐수 배출량은 전남 광양(487만5590㎥), 충남 당진(469만503㎥), 대구 달성(29만3097㎥) 등의 순이었다. 환경 질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군이었고, 경남 의령군, 경남 합천군이 뒤를 이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각각 환경질병 사망률 최하위 1·2·4위(3위는 대전 유성구)였다.
연구팀은 환경오염과 환경약자, 환경피해가 서로 얼마나 관련 있는지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폐수 배출량은 15세 미만 아동과 외국인, 편부모가정(부+미혼자녀) 비율이 높은 곳에서, 대기 배출량(PM10, PM2.5)은 15세 미만 아동 비율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대기오염물질을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으로 넓힐 경우 65세 이상 노인 비율과 장애인 비율과도 관련이 깊었다.
즉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신체적 약자가 많은 곳에서 오염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폐수배출량이 가장 많은 영등포구는 25개 자치구 중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았고, 부산 대기배출량 1위 강서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았다. 인천 서구와 광주 광산구(광역시내 대기·폐수배출량 1위)는 15세 미만 비율이 높았다.
특히 미세먼지와 아동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는데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1㎏ 증가할수록 15세 미만 아동 비율은 19.3% 증가했고,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 역시 1㎏ 늘 때 15세 미만 아동 비율이 16.5% 늘었다.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이 많은 곳에서 유독 미세먼지 배출이 심한 것이다.
각 지자체별 환경오염·약자·피해 현황을 알면 각 지역이 환경약자와 환경오염이 모두 평균 이상인지, 아니면 특정 지표만 높은 값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대기오염도와 15세 미만 아동 비율이 모두 평균 이상인 곳은 229개 지자체 중 53곳이었다. 서울 강서, 경기 김포·화성, 경남 김해·창원, 전남 광양·여수 등이다. 이런 곳은 저연령층을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 15세 미만 아동 비율과 뇌혈관질환 사망자 비율이 모두 타지역보다 높은 곳은 17곳이었는데 그중 4곳(강원 동해, 경기 여주, 경남 함안, 경북 안동)은 대기오염 배출량 역시 평균을 상회했다. 이들 지역은 배출시설이 취약계층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피해를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를 이끈 김태현 KEI 기획조정팀장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관련이 높은 대기오염물질과 환경약자, 특히 미래세대인 15세 미만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OECD로부터 환경정의(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환경피해·혜택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 보고서는 “한국 법률에는 환경정의에 대한 명시적 표현이 없고, 관련조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 환경정책기본법을 개정해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년) 마련에 나섰다. 올해 안에 수립될 종합계획은 국내 정책으로는 처음으로 환경정의 개념을 담게 될 전망이다.
◆세계 대기오염 1위는 중국 아닌 ‘이곳’
오염이 약한 곳을 노리고, 약자가 더 심각한 건강피해를 겪는 현상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흔히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중국과 인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에 따르면 그보다 더 심각한 곳은 아프리카다.
HEI가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북아프리카로, 니제르의 2016년 연평균 PM2.5는 무려 204㎍/㎥나 됐다. 지난 3월 초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서울의 최고 일평균 농도가 1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카메룬(140㎍/㎥), 나이지리아(122㎍/㎥) 등 서아프리카도 대기오염도가 높다. 숲이나 농경지에서 방화나 불법소각이 빈번하고 가정에서 쓰는 질 나쁜 고형연료도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도의 연평균 농도는 각각 56㎍/㎥, 76㎍/㎥이다.
아프리카의 오염이 훨씬 심각한데도 덜 알려진 이유는 관측망이 부족해 정보 자체가 별로 없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저개발 국가이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10만명당)는 아프가니스탄이 40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320명), 수단(187명), 예멘(178명), 이라크(126명), 이집트(123명) 등의 순이다. 상위 20개국 중 13곳이 중동, 7곳이 아프리카 국가다.
국가 경제력이 대기오염과 환경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데는 선진국도 일조했다. 오염산업을 이전시키거나 부적절한 시설에 투자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국제환경단체 엔드콜의 조사에서 해외 석탄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만6798㎿ 규모의 설비를 해외에 짓고 있다. 일본(1만9783㎿), 한국(1만392㎿), 프랑스(4800㎿), 독일(3060㎿)이 뒤를 잇는다. 투자를 받는 나라는 인도네시아(1만4544㎿), 베트남(1만2105㎿), 남아프리카공화국(9564㎿) 등 동남아나 아프리카 나라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지어지는 시설 중에는 투자국에서라면 어림없을 환경기준으로 건설된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1월 펴낸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적 지원을 받아 건설된 인도네시아의 찌레본 1호기는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404ppm으로 지어졌다. 이는 국내 신설 석탄화력발전 배출기준(15ppm)의 27배에 달한다. 인도의 문드라 발전소도 우리나라 이산화황 배출기준(25ppm)의 20배가 넘는 508ppm으로 건설됐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동남아 등 저개발국에) 석탄투자를 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환경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정은 성립되기 어렵다. ‘상위 1%의 땅’인 이곳은 감시하는 눈도 많고, 쓰레기에 내줄 만큼 한가한 부지도 없기 때문이다.
폐기물처리시설, 공장, 소각장, 발전소 같은 배출시설은 만만한 곳으로 모인다. 땅값은 싸고, 주민민원도 그럭저럭 버텨낼 만한 곳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환경피해와 환경혜택은 불평등하게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오염시설 부지를 선택할 때 농촌 대 도시의 오염시설 입주율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취약계층과 관련한 오염시설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취약계층을 보다 잘 보호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기도 했다.
◆15세 미만 많은 곳에 모여 있는 대기배출 시설
20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환경오염과 환경약자, 환경피해와의 관계 분석’ 논문은 우리나라의 환경불평등 현황을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환경약자와 환경오염, 환경피해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2014∼2015년 전국 229개 시군구의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노인 비율, 주요 수질·대기 배출량, 환경 관련 질병 사망자 수 등 26개 지표를 선정했다.
분석 결과 대기 배출량이 많은 곳은 충남 당진(17만7757t), 전남 광양(16만8239t), 경북 포항(14만9618t) 등으로 조사됐다. 하루 폐수 배출량은 전남 광양(487만5590㎥), 충남 당진(469만503㎥), 대구 달성(29만3097㎥) 등의 순이었다. 환경 질병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 의성군이었고, 경남 의령군, 경남 합천군이 뒤를 이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각각 환경질병 사망률 최하위 1·2·4위(3위는 대전 유성구)였다.
연구팀은 환경오염과 환경약자, 환경피해가 서로 얼마나 관련 있는지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폐수 배출량은 15세 미만 아동과 외국인, 편부모가정(부+미혼자녀) 비율이 높은 곳에서, 대기 배출량(PM10, PM2.5)은 15세 미만 아동 비율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대기오염물질을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으로 넓힐 경우 65세 이상 노인 비율과 장애인 비율과도 관련이 깊었다.
즉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신체적 약자가 많은 곳에서 오염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폐수배출량이 가장 많은 영등포구는 25개 자치구 중 외국인 비율이 가장 높았고, 부산 대기배출량 1위 강서구는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았다. 인천 서구와 광주 광산구(광역시내 대기·폐수배출량 1위)는 15세 미만 비율이 높았다.
특히 미세먼지와 아동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는데 미세먼지(PM10) 배출량이 1㎏ 증가할수록 15세 미만 아동 비율은 19.3% 증가했고,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 역시 1㎏ 늘 때 15세 미만 아동 비율이 16.5% 늘었다. 영유아와 어린이, 청소년이 많은 곳에서 유독 미세먼지 배출이 심한 것이다.
각 지자체별 환경오염·약자·피해 현황을 알면 각 지역이 환경약자와 환경오염이 모두 평균 이상인지, 아니면 특정 지표만 높은 값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대기오염도와 15세 미만 아동 비율이 모두 평균 이상인 곳은 229개 지자체 중 53곳이었다. 서울 강서, 경기 김포·화성, 경남 김해·창원, 전남 광양·여수 등이다. 이런 곳은 저연령층을 위한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 15세 미만 아동 비율과 뇌혈관질환 사망자 비율이 모두 타지역보다 높은 곳은 17곳이었는데 그중 4곳(강원 동해, 경기 여주, 경남 함안, 경북 안동)은 대기오염 배출량 역시 평균을 상회했다. 이들 지역은 배출시설이 취약계층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피해를 일으키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구를 이끈 김태현 KEI 기획조정팀장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관련이 높은 대기오염물질과 환경약자, 특히 미래세대인 15세 미만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OECD로부터 환경정의(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환경피해·혜택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당시 보고서는 “한국 법률에는 환경정의에 대한 명시적 표현이 없고, 관련조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월 환경정책기본법을 개정해 국가환경종합계획(2020∼2040년) 마련에 나섰다. 올해 안에 수립될 종합계획은 국내 정책으로는 처음으로 환경정의 개념을 담게 될 전망이다.
◆세계 대기오염 1위는 중국 아닌 ‘이곳’
오염이 약한 곳을 노리고, 약자가 더 심각한 건강피해를 겪는 현상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흔히 ‘대기오염’이라고 하면 중국과 인도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에 따르면 그보다 더 심각한 곳은 아프리카다.
HEI가 지난해 발간한 ‘글로벌 대기질’ 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북아프리카로, 니제르의 2016년 연평균 PM2.5는 무려 204㎍/㎥나 됐다. 지난 3월 초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가 우리나라를 덮쳤을 때 서울의 최고 일평균 농도가 135㎍/㎥였던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카메룬(140㎍/㎥), 나이지리아(122㎍/㎥) 등 서아프리카도 대기오염도가 높다. 숲이나 농경지에서 방화나 불법소각이 빈번하고 가정에서 쓰는 질 나쁜 고형연료도 대기질을 악화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인도의 연평균 농도는 각각 56㎍/㎥, 76㎍/㎥이다.
아프리카의 오염이 훨씬 심각한데도 덜 알려진 이유는 관측망이 부족해 정보 자체가 별로 없고,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저개발 국가이기 때문이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10만명당)는 아프가니스탄이 40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320명), 수단(187명), 예멘(178명), 이라크(126명), 이집트(123명) 등의 순이다. 상위 20개국 중 13곳이 중동, 7곳이 아프리카 국가다.
국가 경제력이 대기오염과 환경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데는 선진국도 일조했다. 오염산업을 이전시키거나 부적절한 시설에 투자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국제환경단체 엔드콜의 조사에서 해외 석탄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만6798㎿ 규모의 설비를 해외에 짓고 있다. 일본(1만9783㎿), 한국(1만392㎿), 프랑스(4800㎿), 독일(3060㎿)이 뒤를 잇는다. 투자를 받는 나라는 인도네시아(1만4544㎿), 베트남(1만2105㎿), 남아프리카공화국(9564㎿) 등 동남아나 아프리카 나라가 많다.
문제는 이렇게 지어지는 시설 중에는 투자국에서라면 어림없을 환경기준으로 건설된 것들도 있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이 지난 1월 펴낸 ‘투자자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리는 나쁜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적 지원을 받아 건설된 인도네시아의 찌레본 1호기는 질소산화물 배출기준 404ppm으로 지어졌다. 이는 국내 신설 석탄화력발전 배출기준(15ppm)의 27배에 달한다. 인도의 문드라 발전소도 우리나라 이산화황 배출기준(25ppm)의 20배가 넘는 508ppm으로 건설됐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동남아 등 저개발국에) 석탄투자를 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환경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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